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마켓용 캐노피 천막의 컨셉에 관하여
    개발과정 2016. 7. 30. 23:01
    마켓을 위한 캐노피 천막을 다시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기본에 깔려있던 목표는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개발에 앞서 주변 사람들에게 현재 장터나 마켓에서 쓰는 천막의 디자인에 대해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의견은 후줄근하고 없어보인다는 것이었다. 천막때문에 그 아래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물건도 가치가 떨어져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능하면 북유럽식의 세련된 디자인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영감을 받은 곳 중 하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토르브 할렌이었다. 상설 시장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판매공간이 얼마나 쾌적하고 멋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출처 : http://www.thetravelmentor.com/)



    그러나 막상 몇가지 디자인들을 시도했을 때 얻은 느낌은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를 고민하면서 핀터레스트의 수많은 세련된 디자인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깨닫게 된 것은 세련된 디자인의 조건이었다. 세련됨은 일단 구성 요소들의 심플함(단순하고 절제된)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단정한 직선 혹은 우아한 곡선으로 딱 떨어지는 선과 면이 있어야 했다.


    캐노피 천막은 접었다 펴는 물건의 특성상 여러 관절을 가지고 있었고 그만큼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프레임구조가 틈이 있고 헐렁해지다보니 그 위에 뭘 덮어도 각잡힌 선과 면이 나올 수가 없었다. 완벽한 치수와 빈틈없이 딱 들어맞는 프레임을 만들기란 저예산으로는 불가능했다. 결국 모양에서 세련됨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련되지 않아도 매력있어! 빈티지하다는 것.

    한동안 고민이 계속됐다. 힌트는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디자인 철학에 관한 책이었는데, 사람들은 무언가 개선을 하려고 할 때 모두 다 좋은 것으로 바꾸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본래의 매력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단점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사실 매력의 핵심일 때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잘 파악하고 다른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터의 매력이란 것이 무엇일까. 그 답은 사람들이 마켓이나 장터를 다녀와서 올린 블로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찍은 사진에는 좁고 바글바글한 거리, 테이블 위에 혹은 돗자리 위에 늘어놓은 여러 핸드메이드 작품들, 공간을 알리는 작은 이정표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올라와 있었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적인 어떤 것 - 빈티지라는 말이 제일 적당할 것 같다. - 에서 사람들은 매력을 느꼈다.


    세련됨이 아니라 빈티지함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 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디자인 방향도 바뀌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양을 떠나 느낌에서 뭣이 중헌지 알게 됐다랄까.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