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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의 제작(1) - 원단 디자인의 구상개발과정 2016. 6. 6. 13:29
이제부터 본격적인 삽질 이야기다. 이 앞 과정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천막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여러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새로운 캐노피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인공적인 느낌이 아니라 자연적인 느낌을 나게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비닐 방수천이 주는 공산품의 느낌이 아니라 자연섬유가 주는 아늑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지붕 천의 소재를 과감히 린넨으로 정했다. (우리 말로는 '마'다.) 거칠거칠하고 시원한 느낌으로 여름 옷과 커텐용으로 많이 쓴다. 천장이 린넨으로 되어 있으면 보고만 있어도 시원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늘 날엔 행사 자체를 별로 안 하기도 하고 비를 맞으면 빨아서 말리지 하고 쉽게 생각했다.
지붕 천의 또 다른 목표는 세련된 줄무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기존 캐노피들은 너무 원색에 단색이라 이쁘지가 않았다. 찾아보니 유럽쪽이 천막에 줄무늬를 많이 쓰기도 해서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다만 색상이 빨강, 파랑, 녹색 처럼 원색으로 가기는 싫었다. 마침 마음에 드는 줄무늬를 찾았는데 그건 흰색(백아이보리)/하늘색의 아르헨티나 국기 스타일이었다. (탐스 슈즈가 쓴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원단이 있나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찾기 쉬울줄 알았으나 대부분 줄무늬는 3cm 폭을 넘지 않았다. 폭 3m 천에 3cm 간격으로 무늬가 있으면 세련되기 보다는 어지러워 눈 빠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하여 린넨 재질에 10cm 간격으로 흰색과 하늘색 줄무늬로 된 원단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는 당연히 없었고 외국을 뒤졌는데, 원하는 것과 딱 맞아떨어지는 천은 없었다. 그래도 비슷한 천은 좀 찾을 수 있었다.
3인치(약 7.5cm) 간격의 린넨 스트라이프 천이다. 내가 찾는 색은 아니었지만 색감이 고급스럽고 이뻐서 이정도만 되도 쓸 수 있겠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격을 보니 미터당 48£(파운드) 라고 적혀있었다. 통화기호를 잘 못 알고 있었나 싶어서 검색을 해봤으나 영국의 파운드가 맞았다. 충격.
또 다른 3인치 린넨 스트라이프. 이건 아이보리/키위 스트라이프인데 역시 색이 이뻐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야드(약 91센치)당 32.5달러. '아.. 한국이 원단 가격이 엄청 싼거였구나.'를 알게 됐다.
이건 간격 4.5인치 정도 되는 아이보리 스트라이프. 처음 찾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훨씬 연하고 따뜻한 색감이었다. 이 역시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을 했으나 가격은 야드당 40달러.
폭이 3미터인 지붕을 만들려면 폭이 1.1~1.4m인 원단 세 장을 이어붙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넉넉잡아 대략 24~27야드 정도의 천이 필요했다. 제일 싼 32.5달러 천을 24야드 사면 780달러가 나온다. 관부가세와 배달비는 붙지 않은 금액이다. 원단을 직접 사는 건 포기해야 했다.
염색(날염) 알아보기
원단 가격에 충격을 받고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염색(날염)이었다. 여러가지 방식이 있지만 이번 경우 개별 제품에 염색을 하는게 아니라 원단에 염색을 하는 것이니 실크스크린이나 승화전사로는 힘들어 보였다. 염료를 사서 작업을 해볼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런 경우 힘은 힘대로 들고 결과는 결과대로 나쁘기 십상이다. 좀 더 찾아보니 요새는 전용 프린터기에 원단을 넣고 인쇄하면 복잡한 패턴도 모두 인쇄가 가능했다.
전화를 해서 알아봤더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보통 1야드에 만원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치면 인쇄만 24만원 이상이 들고 원단 값까지 합하면 40만원이 넘었다. 단순한 줄무늬 원단 만드는데 40만원이 넘다니. 이때부터 천으로 지붕을 못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가급적 가고 싶지 않았던 동대문 원단 시장에 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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