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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의 제작(2) - 동대문 원단 시장개발과정 2016. 6. 6. 19:06
온라인에서 린넨 스트라이프 원단 찾기를 실패한 후 결국 동대문 시장에 직접 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물건을 많이 파는 만큼 시장에 가면 온라인에 없는게 있을지도 모르므로.
처음 간 날은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둘러보고 나오는 것을 목표로 했다. 4층부터 시작해 한 층 씩 내려오며 복잡한 시장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목표로 하는 큰 폭의 스트라이프 린넨은 찾을 수가 없었다. 사실 워낙 복잡한 곳이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곳도 많았다. 그러나 대강 살펴보니 큰 폭의 스트라이프는 주로 니트를 만드는 원단이었다. 그런 옷이 없으면 그런 원단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고민을 하다가 아는 분께 오랜만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날염을 통해 원단을 만드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고, 큰 폭의 줄무늬를 만들고 싶으면 두 가지 색상의 원단을 사다가 잘라서 이어붙이는 쪽이 빠를 거라고 했다. 동대문 시장 지하에 가면 봉제하는 분들이 많으니 그곳에 맡기면 된다고 설명을 해줬다.
너무나 어려운 동대문 시장
며칠후 다시 동대문 시장에 갔다. 이미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어서 '오늘은 무조건 결판을 내자.'라는 마음으로 시장을 찾았다. 그러나 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곧 바로 앞이 막막했다. 동대문 시장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니가 알아서 찾아라' 다.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배려같은 건 전혀 없다. (전문 시장이니 그럴지도.)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별로 나오는 정보가 없었다. 그나마 검색하다 찾은 린넨 파는 가게들을 확인한 후 일단 3층에 있는 첫 번째 가게로 갔다. 가게 앞에 놓여있는 샘플(스와치)을 뒤적이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걸 찾아서 가격을 물어보려고 하는데 담당자가 계속 바빠보였다. 핸드폰으로 뭔가 적고 영수증을 만지작 거리는데, 눈 앞에 손님이 기다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 계속 바쁜척을 하며 피하는 것이 느껴졌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서있다가 이야기를 들을 기미가 없어보이길래 돌아서 나왔다.
다른 가게를 찾아보다가 근처의 좀 더 큰 가게로 갔다. 이곳은 린넨 뿐 아니라 혼방과 다른 천들도 많이 있었다. 다양한 샘플들을 만져보면서 어느 천이 더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주인이 '어디서 왔어요?' 라고 물었다. '네?'하고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되물었더니 어디 업체냐고 우리는 개인하고는 거래 안 한다고 하는 거였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돌아서 나왔으나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아마도 머뭇거리는 걸 보면 초보인지 알 수 있었을 테고 창고에서 원단 가져와야 하니까 소량은 거래 안 할 수도 있다치자. 그래도 잘 모르는 것 같으면 설명해줄 수 있는 건 아닌가. 연속으로 이런 대접을 받고보니 정나미가 떨어졌다.
겨우겨우 성공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는건가 잠시 멘탈이 흔들렸으나 꾹 참고 검색에 나온 다른 곳으로 찾아갔다. 이번 곳은 개인 거래도 한다고 되어있었다. 가게 앞에 갔더니 마침 바로 마음에 드는 하늘색 린넨 샘플이 있어 사장님에게 가격을 물어봤다. 사장님은 초보인 걸 알아서 그랬는지 워싱이라 가격이 비싸다며 다른 것들을 추천해줬다. 이 분은 말이 좀 통하겠다 싶어 들고간 샘플을 보여주며 비슷한 걸 찾는다고 했더니 여러가지 원단들을 추천해줬다.
원단을 보면서 종류는 결정을 했으나 사실 그때까지도 정확히 천이 얼마나 필요한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내가 망설여 하자 어차피 봉제를 맡길 생각이면 지하에 봉제하는 분들에게 상담을 좀 받고 오라고 했다. 추천해주실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명함 뒤에 한 곳의 주소를 적어서 알려주셨다. 주소를 받아들고 지하로 내려와 적어주신 가게 호수를 찾는 데 가만보니 가게들이 번호순으로 배치된게 아니라 뒤죽박죽이었다. 한참을 해맨 끝에야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소개를 받고 찾아간 봉제가게 사장님은 무척 친절하셨다. 사장님과 상의 하면서 원단도 추천을 받았는데 색상을 보니 아까 봤던 것 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제작 방법도 상의를 한 끝에 아이보리 원단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하늘색을 잘라 붙여 가능한 깔끔한 원단이 나오도록 했다. 상의를 통해 원단과 수량을 결정한 후 다시 3층에 올라가 주문을 하고 내려와 봉제 사장님과 완성 일자를 정하고 집에 올 수 있었다.
짧게 쓰긴 했지만 몇시간에 걸친 삽질과 멘탈 붕괴 속에 해낸 일이었다. 이런 안내글을 본 건 나중이다.
구입관련 정보들
1) 사실 단색 린넨 천을 사는 것은 온라인 가게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동대문에 직접 갔던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이 없는 탓에 10수, 20수 라고 하는 실의 굵기를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봐야 내가 찾는 느낌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서 확인해보니 10수 정도 되어야 원하는 정도의 거친 느낌이 났다.
2) 제봉가게에서 사장님이 추천해준 원단은 4.5수 짜리 린넨이었다. 색상이 밝고 실이 굵어서 내가 원하는 느낌과 잘 맞았다. 문제는 실이 굵으면 천이 무겁다는 것을 생각 못했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실수였다. 물론 잘 몰랐던 내 탓이다.
3) 원단을 산 곳은 B동 3층 3124호 '일진' 이라는 곳이다. 주로 린넨 취급한다. 추천. 여기서 백아이보리 16야드, 하늘색 8야드 총 24야드 26만원 어치 샀다. 처음에 추천받은 것은 린넨, 면 혼방에 10~15수 정도 되는 것들이었다. 가격도 싸고 가벼웠는데 색상이 좀 아쉬웠다.
4) 봉제를 맡긴 곳은 D동 지하1층 107호 '세미수예' 다. 역시 추천.
4.5수 린넨 스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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