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막의 제작(3) - 종로5가 옆 천막 골목개발과정 2016. 6. 8. 01:10
동대문에 원단 제작을 맡기고 다음주 약속한 날짜에 원단을 찾으러 갔다. 사장님이 이거 만드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재봉가게의 작업 공간은 사람 하나 들어가 앉을 정도인데 거기서 3mx8m 원단을 작업하느라 엄청 고생하셨을 것 같았다. 원래 비용보다 좀 더 드릴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장님이 원래 원단을 지붕 모양으로 완성하는 것 까지 해주기로 했었으나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거절하셨다. 작업 여건을 보니 설득해서 부탁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기에 다른 곳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이런걸 맡길만 한 곳을 추천해 달랬더니 동대문에서는 모르겠고 종로의 천막집으로 가보라고 했다. 또 막막함이 밀려들었으나 실망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으므로 원단을 들고는 알려준 길을 따라 천막집을 찾아나섰다.
종로5가 옆 천막 골목
무거운 원단 봉지를 들고는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먹자 골목을 지나 신진시장 쪽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가다보면 천막집이 나온다고 했으나 신진시장에 다 왔건만 천막집은 보이지 않았다. 지도를 검색해도 나오는 게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골목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큰길에서는 못 찾고 뒷골목으로 나와 종로5가쪽으로 조금만 오니 정말로 천막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막집은 찾았지만 어디다 맡겨야할지 몰랐기에 일단 분위기를 살펴볼겸 근처를 어슬렁 거렸다. 커다란 미싱 앞에 두 명이 앉아 서로 밀고 당기며 작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었고, 주인이 무서운 얼굴로 멍하니 가게 앞에 앉아 있는 곳도 있었다.
가게는 여러 곳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무거웠으며 공장에 가까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편의점이나 다른 가게들 처럼 손님을 맞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특히나 후줄근 하게 옷을 입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삐딱하게 앉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동대문에서 거절당했던 기억도 한 몫 했다.
용기를 못내고 계속 주변을 헤매다 어느 가게 옆을 지나는데 마침 손님에게 설명을 해주는 주인의 모습이 보였다. 말투를 들어보니 친절한 분인 듯 했다. 별 다른 대안이 없었으므로 기다리다 앞 손님이 나간 후 문의를 했다. 가지고 간 원단을 재봉해서 천막으로 만들고 싶다 했더니 요즘은 가게에 사람이 없어서 해줄 수가 없다고 다른 가게에 가면 해줄거라고 이야기 했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기운을 내서 소개를 받은 가게로 갔다. 알려준 곳으로 찾아가보니 저 어두운 가게 안쪽에 후줄근 하게 옷을 입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삐딱하게 앉아있는 주인이 보였다. 부정적인 예감이 들었다. 봉재를 맡기려고 왔다했더니 바로 손사래를 쳤다. 맥이 빠져서 그냥 원단을 들고 집으로 와버렸다. 앞집 사장님은 친절한 분이 맞았다.
집에와서 원단을 자세히 봤는데 박음질이 정말 정교하고 깔끔하게 잘 되어있었다. 너무 이뻐서 이걸 잘라서 지붕천으로 쓰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이렇게 3m x 8m를 작업하셨으니 정말 고생하셨을 듯.
기술적인 기록들
- 천막집들을 보면 넒은 공간에 재봉틀을 두고 2인 1조로 큰 천막들을 만들고 있었다. 동대문에서 가공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들고간 린넨 천은 천막 천하고 재봉틀 바늘이 달라서 어차피 못해줬을 거라고 한다. 이런건 커튼집에다 맡겨야 가능한 천이라고 한다.
- 경험상 원단을 따로 들고가서 제작만 부탁하는 것은 안 해줄 확률이 높다는 것
- 그날은 경황이 없어 별 생각 없이 무거운 원단 봉지를 들고 다녔다. 이 무거운걸 지붕으로 올린다는 생각은 못하고.
- 친절했던 사장님이 계신 곳은 동일천막기업사. 위치와 연락처는
아래 로드뷰 참고. 아이폰에서 로드뷰가 안보여서..(종로5가 314-26 근처. 02 2266 8279)
'개발과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로 지붕 만들기(1) - 새로운 구상 (0) 2016.06.09 천막의 제작(4) - 미완성 (0) 2016.06.08 천막의 제작(2) - 동대문 원단 시장 (0) 2016.06.06 천막의 제작(1) - 원단 디자인의 구상 (0) 2016.06.06 천막 지붕 프레임의 제작 (0) 201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