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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로 지붕 만들기(1) - 새로운 구상
    개발과정 2016. 6. 9. 16:29

    캐노피의 지붕을 만들기로 하면서 두 가지 방법을 계획했었다. 하나는 린넨 천으로 지붕 부분을 만드는 거였다. 앞의 글을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이 계획은 천이라는 소재와 공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바람에 결국 실패했다. 


    두 번째 방법은 이제부터 이야기를 할 자작나무와 광목천으로 지붕을 만드는 것이었다. 두 소재를 선택한 것은 '자연적인 느낌을 준다' 라는 큰 컨셉이 있었고, 기존 방물단이 가지고 있는 자작나무 부스와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디자인 적으로 통일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나무로 지붕을 만들면 아무래도 천처럼 접어서 다닐 수 없으므로 이동성을 상당히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좀 더 건축물 같이 견고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적으로는 더 확실히 차별화 할 수 있는 방법이긴 했다. 처음 생각했던 구조는 매우 단순했다.

    칠한 부분이 자작나무, 흰색이 광목


    자작나무 합판을 경첩으로 붙여서 ∧ 모양으로 만들어 지붕에 나누어 얹고 그 사이사이에 광목을 걸치는 것이 첫 구상이었다. 아이디어로만 생각할 때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막상 실제로 이런 형태의 지붕을 만들려고 하니 생각 못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지붕 경사면의 길이가 2미터 가까이 됐기에 이걸 합판으로 덮으려면 원장이라고 불리는 제일 큰 규격을 사서 작업을 해야했다. 사는 것도 일이지만 크기가 이정도로 크면 운반이나 보관, 설치가 모두 까다로울 수 밖에 없었다. 자주 접어서 이동해야 하는 캐노피에겐 너무 안 어울렸다. 또 커다란 크기만큼 무게도 무겁고 중간에 아래로 처지는 휨이 발생하기에 구조적으로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았다.


    원래 처음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때 기준이 되었던 캐노피의 크기는 2~2.3m 정도의 크기였다. 지붕은 길어야 1.5m 정도여서 나무로 만들어도 그정도 크기면 가능할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중간에 3m짜리로 바뀌면서 지붕의 면적은 배가 되었는데 미처 그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합판으로 구조를 짜며 그 크기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뭔가 다른 계획이 필요했다.


    포맥스 + 원목 시트지?

    합판을 대신할만한 더 가벼운 재료가 없을까 고민을 했다. 구조를 담당하는 기본틀은 다른 재료로 만들고 그 위에 나무무늬의 시트지를 붙여서 합판의 느낌을 내는 방법을 생각했다. 다행히 요새는 원목을 얇게 켜서 벽지처럼 만든 시트지를 팔고 있었기에 시트지로도 진짜 나무의 느낌을 낼 수 있었다.


    편백나무 시트지 파는 곳


    구조를 담당하는 소재는 포맥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볍고 질겨서 잘 부러지지 않으며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일단 샘플을 사서 시험해보기로 하고 호미화방에 가서 90X60cm 포맥스를 사왔다. 포맥스를 고를 때 제일 고민이 된 것은 두께였다. 막상 포맥스판을 만져보니 두께가 5미리는 되어야 힘을 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5미리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고민하다가 나중에 쫄대 같은 것을 대서 보강하기로 하고 3미리 판으로 사왔다.


    90cm 포맥스 판 두 개를 경첩으로 이어 붙여 180cm짜리 판을 만드는 것이 계획이었다. 드릴로 구멍을 뚫고 볼트너트로 경첩을 고정하려 했는데 작업이 무척어려웠다. 포맥스는 자르고 붙이기는 쉬워도 구멍을 내거나 섬세하게 가공을 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또 내부강도가 약해 조금만 힘을 주면 안쪽이 뭉그러졌다. 


    이어붙인 포맥스 판을 들고 프레임 위에 얹어서 실험을 해보았으나 힘을 전혀 받지 못하고 그대로 휘어져 버렸다. 휘어짐이야 중간에 철물 같은 것으로 지지구조를 만들어주면 되지만 가공도 어렵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했을 때 포기하는 편이 나았다. 실험은 실패였다. 


    새로운 과제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했다. 일단 합판 두 장을 경첩으로 붙여 캐노피 프레임 위에 얹어보며 실험을 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두 가지였다.


    1) 대들보가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고무줄의 힘으로는 나무 지붕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2) 합판은 휘어서 안 되고 각재를 이용해 지붕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다. 캔버스처럼 나무로 틀을 만들고 천으로 가운데를 덮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었다. 


    처음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으나 일단 완성을 해보기로 하고 진행했다. 본격적인 목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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